한국의 전통문화, 김치
한국의 음식문화 가운데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김치다.
품앗이를 통해 김장을 담그는 한국의 전통문화이자 가장 큰 연중행사라 할 수 있다.
김장의 첫 단계는 굵은 호염으로 배추를 절이는 것이다.
적당한 소금의 양은 채소에 좋은 향기를 부여한다. 소금이라는 위대한 발견으로 음식을 절이는 데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가장 유익한 저장수단으로 손꼽힌다. 왜냐하면 소금 절임을 통해 기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음식의 생명을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소금이 저장기능을 하며 음식의 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소금을 넣지 않은 것은 배추의 세포사이가 팽팽하지만 소금이 들어간 것은 삼투압 현상에 의해 채소가 물러지게 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소금에 절이게 되면 이파리만 빨리 절여지고 김치 특유의 아삭한 맛이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김치는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으로 체득하여 담궈진다.
예로부터 어머니가 딸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해 주며 대를 이어온 한국의 전통문화인 것이다.
각 나라의 다양한 채소절임 문화
우리나라에는 배추를 절인 김치가 있듯이 다른 나라에도 채소를 절여 먹는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채소절임에는 '피클'과 같은 식초절임, 일본의 '츠게모노(tsukemono)'와 같은 소금절임 그리고 베트남의 '쥬아'로 나누어진다.
육식이 주 문화인 서양에서는 식초절임이 발달했는데 사계절이 불명확하고 습도가 낮아 세균을 저지하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소금절임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일본의 '츠게모노'는 우리나라의 '장아찌'와 비슷한데 채소를 나흘간 절여 즙을 낸 후 식초와 간장을 넣어 국물맛을 낸다. 이처럼 높은 습도로 인해 곰팡이에 의한 채소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소금절임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식초와 소금을 함께 사용하여 채소를 절여서 음식을 보존하였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언제부터 먹게 되었을까?
이규보의 <동국이상집>에 보면 '무른 소금에 절인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채소절임'을 먹었다.
문헌에 등장한 붉은 김치
고추가 전래되기 전에는 산초, 후추, 초피라 불리는 향신료나 식초를 사용해 담근 김치였다.
1715년 <산림경제>에도 다른 향신료나 고추를 넣지 않은 김치에 대한 기록이 있다.
김치에 붉은 물을 들였다는 기록이 1766년 <증보산림경제>에 나오는데 이것은 고추가 아닌 맨드라미로 물을 들인 기록이다. 오늘날의 총각김치와 오이소박이김치를 담그는 방식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방법에는 고춧가루와 고추를 사용한 김치였다.
19세기 초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김치에 고추를 많이 쓰면 무가 오랫동안 저장된다고 하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삼국시대에도 채소로 발효시킨 음식들을 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17세기말 <요록>에는
무를 소금물에 담가 만든 동치미와 배추, 무, 고사리 등의 김치가 소개되어 있다.
고대문헌들을 살펴봤을 때 지금 우리가 먹는 배추김치의 형태보다는 무를 이용한 김치를 많이 담가먹은 것 같다. 20세기부터 속이 찬 배추가 널리 보급되면서 무김치보다 배추김치가 앞서게 되었고 1988년 한국의 서울올림픽 이후에 김치가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에 등록되었다..
옹기에 보관하는 김치
김치를 담그고 나면 '옹기'에 담아 땅 속 깊은 곳에 묻어둔다.
옹기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으며 음식을 저장하는 용기로 한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그릇이다. 옹기는 고추장, 간장, 된장을 저장하거나 김치를 보관할 때 사용하였다.
유리는 매끄럽고 표면조직에 빈틈이 없고, 플라스틱은 물결모양의 치밀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예로부터 '숨 쉬는 그릇'이라 불리는 옹기는 '기공'이 있어 옹기의 안과 밖으로 공기가 통하게 된다. 그래서 옹기 안에서 만들어진 불순물을 밀어 내 음식이 상하지 않고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옹기에 보관된 김치는 공기가 들어와 김치가 시는 것을 방지하고 상큼한 맛을 내도록 도와준다.
중성지방수치를 내려주는 최고의 젖산발효식품
김치에는 '고추'가 들어간다. 고추에는 캡산틴과 캅사이신(capsaicin)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중 캅사이신은 위장질환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에 감염된 위의 염증을 억제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으며,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주는 항암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채소로 만들어지는 김치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열량이 낮은 식품이다.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유산균 함량도 높다. 칼슘과 철 그리고 인을 공급해 주며 고추의 캅사이신에 의해 몸속의 대사를 증진시킨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를 내려주기 때문에 끼니마다 먹는 김치는 최고의 젖산발효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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